베트남 달랏(Dalat)은 해발 1,900m 고지에 위치해 동남아 특유의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피서지입니다. 이번 여행은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쾌청한 하늘과 한여름 밤의 쌀쌀한 공기가 묘한 해방감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달랏 여행은 정망 달랏습니다. 다름 아닌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세안 현대컵 우승 현장을 현지 한복판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일입니다.
해발 1,900m 고원 도시 달랏을 뒤흔든 붉은 함성
평소 달랏은 꽤나 차분하고 조용한 낭만의 휴양 도시입니다. 하지만 8월 26일, 태국과의 피 말리는 결승 2차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도시는 전혀 다른 얼굴로 변했습니다.
조용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거대한 용광로처럼 끓어올랐습니다.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모를 수많은 오토바이 부대가 굉음과 경적을 울리며 달랏의 밤거리를 완벽하게 점령했고, 시야에 닿는 모든 곳이 온통 붉은 금성홍기의 물결로 끝없이 출렁였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태극기를 함께 흔들며 한국인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는 현지 팬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하늘도 도운 피 말리는 결승전
이번 우승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태국 원정 1차전에서 2대 0으로 완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홈에서 열린 2차전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습니다.
전반 12분 만에 페널티 킥으로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 초반 또 한 번의 페널티 킥 위기까지 몰리며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하지만 태국 키커의 실축으로 기사회생한 베트남은 믿을 수 없는 행운의 골들을 터뜨립니다. 후반 7분, 슈팅이 골대를 강하게 맞고 튕겨 나온 공이 태국 골키퍼 다리에 맞고 빨려 들어가는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태국 수비수의 몸에 맞고 들어간 자책골까지 나오며 경기는 2대 2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합산 스코어 4대 2, 실력은 물론 하늘의 운까지 베트남을 향해 웃어준 완벽한 우승이었습니다.
박항서를 뛰어넘은 위대한 지도자, '김상식 신드롬'
이번 우승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단순히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 26경기 무패 신화 완성: 결승 2차전의 극적인 동점 무승부 덕분에, 김상식 감독은 '26경기 연속 무패(22승 4무)'라는 경이로운 대기록을 지켜냈습니다.
- 사상 최초 대회 2연패: 2024년 대회 우승에 이어 2026년까지 연달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베트남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파파박' 박항서 감독조차 이루지 못했던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미 '김상식 매직'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으며, 그의 뛰어난 안목과 지도력을 두고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타국의 심장부에서 차오른 가슴 벅찬 자부심
선수단과 팬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그 밤, 제 가슴을 가장 거세게 뛰게 만든 것은 타국의 심장부에서 수천만 현지 국민을 하나로 묶고 열광케 한 영웅이 바로 대한민국의 김상식 감독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성과에 힘입어 베트남 축구협회는 2027년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수많은 사람의 심장을 하나로 연결해 내는 것, 거리에서 환호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웃음을 볼 때마다 제 안에서 뜨거운 '국뽕'이 쉴 새 없이 차오르는 경험. 이것이 바로 스포츠가 주는 진짜 카타르시스이자 여행의 묘미입니다.
훌쩍 떠난 낯선 땅 베트남 달랏에서 붉게 물든 밤거리를 걷고, 우승의 맹렬한 환희를 현지인들과 함께 피부로 호흡했던 그날의 축제는 제 삶에 영원히 잊지 못할 짜릿한 명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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